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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건드려

[김태형 빙의글] 건드려 11

건드려

 

 

 

 

 

 

 

 

 

 

 

 

이상하게 며칠 사이에 김태연 무리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아니, 시선이 아예 안 느껴졌다. 진짜로 민슈가가 참교육을 시켜줬다면 아주 칭찬해줘야 하는 일인데, 설마 귀차니즘 만렙인 오빠가 그랬겠어?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싶어 학교 생활이 조금 더 편히 느껴졌다. 

 

아, 그리고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나랑 김태형이 연극동아리에 스카우트 됐다는 것이다. 그 연극 하나가 얼마나 파장이 컸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동아리에 섭외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름 연극동아리가 우리 학교에서는 들어가기 어렵고 큰 동아리 중 하나다. 거기에다가 나는 연기에 아주 잼병이란 말이야. 좋게 거절하는 방법을 머릿 속에서 떠올려댔다.

 

 

"언니, 근데 우리 동아리 들어오면 끼니 걱정은 없어요.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받아서 돈이 많거든요."

 

"아, 그건 좀 솔깃한데요... 근데 김태형은 어떻게 한데요?"

 

 

"오빠는 언니가 들어가면 들어가고, 안 들어가면 안 들어간데요. 자기 말로는 연극 하는 게 딱히 나쁘지 않았다고 좋은 경험 같다고 하길래 좀 긍정적인 반응이긴 했어요. 언니 생각은 어때요?"

 

"음... 근데 제가 뭐라고... 그렇게 잘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솔직히 그때 연기도 김태형이 커버 쳐줘서 그랬지. 저 혼자 있었으면 아무 것도 못했을 거예요."

 

"그건 진짜 아니다-. 내가 만약에 언니가 연기에 소질이 없었다고 생각했으면 솔직하게 말했을 거예요. 동아리 안 들어와도 된다고. 물론 말리지는 않을 거지만? 근데 진짜 언니 잘해서 스카우트 받은 거 맞아요. 간부 선배들끼리 하는 말 제가 다 들었거든요."

 

 

옆에서 지수 씨가 솔깃한 말들로 나를 유혹하길래 그냥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알겠다며 동의를 했다. 이래서 나 진짜 전과하는 거 아니야? 지수 씨는 내 손을 잡고 방방 뛰더니 간부 선배들께 말하고 오겠다며 후다닥 뛰어갔다. 과연 잘한 선택일까... 왠지 어디서 온지 모르는 부담감들이 내 몸에 잔뜩 붙은 기분이다.

 

 

"oo 너 동아리 들어가는 건 내가 허락하지만 전과는 안 돼."

 

 

"나 전과한다고 한 적은 없는데... 왜 너희 마음대로 날 전과 시켜?"

 

"음, 뭔가 동아리 들어가면 전과도 조만간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수업을 들으러 갈때 동아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내 결심을 말하니 박지민이 전과는 안된다며 아주 기겁을 하더라. 나도 내가 전과까지 하게 될까봐 솔직히 겁은 나지만(?), 음 그래도 전과는 아니지. 근데 지수 씨한테 잠깐 들었는데, 연극 동아리에 나랑 김태형 빼고는 다 연극영화과라고... 험난한 여정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섭긴 했다. 그냥 쉬운 선택을 할까 하는 조금의 후회도 동시에 들었다.

 

 

"너 10장 보고서는 다 썼어?"

 

"아, 오빠랑 오페라 보러 갔었는데 진짜 뻥 안치고 개쩌는 거야. 그거 하나 보고 10장은 기본으로 쓸 수 있겠다 싶어서 썼는데, 진짜 10장이 넘어버려가지고. ...나머지 두 활동은 어떡해?"

 

"엥? 완전 상상치도 못한 반전인데? 한가지 활동만 들어가면 안될 걸... 오페라 내용을 줄이던가 해야지."

 

"아, 귀찮게 됐네. 솔직히 오빠랑 문화 체험 그만 하고 싶어서 열심히 쓴 것도 있는데."

 

 

"근데 어제 보니까 너희 오빠 되게 멋있... 아, 아니야."

 

"너 어제 오빠 봤어?"

 

 

뭐 같은 학교인데 설현이가 민슈가를 만난 게 이상한 건 아니라서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데, 얘가 덫을 밟은 듯 너무 말을 더듬길래 오히려 더 이상해보였다. 이제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이거나 젓는데, 너무 이상하단 말이지?

 

 

"아, 그냥 인사만 했어. oo 친구지, 하면서..."

 

 

"그래? 오빠가 내 친구라고 인사를 할 양반은 못 되는데, 신기하네. 혹시 너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민윤기 진짜 아무한테 인사하고 다닐 성격이 아니거든."

 

"...에이, 설마. 아니야."

 

"흠, 아니야.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지. 내가 그러면 오빠한테 한번 떠볼게. 야, 나는 응원한다. 솔직히 오빠 데려갈 여자가 어딨냐. 성격 때문에 다들 하루도 못 버티고 떨어져 버릴 걸..."

 

 

음, 김설현 나쁘지 않고 아주 좋지. 민윤기 짝으로 딱이야. 설현이 키가 좀 큰 편이라 민윤기랑 키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것 빼고... 쿨럭... 미안, 오빠. 아무튼 난 진심으로 응원하기 때문에 오늘 오빠를 보면 꼭 물어봐야겠다. 아, 그래도 티나게 물어보면 안되겠지. 좋았어. 이미 내 머릿 속에서는 설현이와 오빠가 사귀고 있는 헐리웃 영화가 반복재생 되고 있었다.

 

 

 

 

***

 

 

 

 

"오빠, 여자친구 안 사귀냐?"

 

"마음만 먹으면 사귈 수 있는데, 왜."

 

 

"한번 사귀어보라고-. 아니면 요즘 관심있는 사람은 없어?"

 

"야, 네가 나한테 이런 말 하니까 되게 이상하거든. 그냥 솔직하게 말해."

 

"에라이-. 아니, 설현이한테 들었는데 오빠가 걔한테 인사했다면서? 오빠 관심 없는 사람은 들떠보지도 않잖아. 인사했다고 하길래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데, 내가 아는 민슈가는 그럴 양반이 아닌데, 하면서."

 

 

"야, 내가 인사 할 수도 있지. 아, 인사-. 좀 예뻐 보여서 인사했는데."

 

 

미친, 역시나! 내 촉이 이렇게나 잘 맞다니. 진짜 나 자리 펴야되나봐. 나의 능력에 내가 놀라서 순간 멈칫- 하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김설현한테 당장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싶어 신나서 대답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왔다.

 

혹시 전화로 얘기하면 우리 민슈가 씨가 부끄러워 할까봐 일부러 문자로 설현이한테 알려주었다. 설현이 얘도 부끄러운 건지 계속 아니라며 말하는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오빠가 직접 말한 건데, 얘가 왜 아니래-. 어우, 내가 다 부끄럽네. 헤헤. 역시 남의 연애는 즐겁다니까?

 

 

 

 

***

 

 

 

 

"좋은 일 있어?"

 

"아, 내가 말이지... 커플 한쌍을 만들어준 것 같아서 뿌듯하네."

 

"커플 한쌍? 누구?"

 

"흠, 지금은 아직 진행중이라 내가 말은 못하겠지만 확실해지면 말해줄게. 근데 너, 전정국한테 들었는데 전과할 마음 있다면서! 왜 나한테는 얘기 안해줬어? 진짜로 전과하려고?"

 

 

아, 그래. 지금 민슈가랑 설현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제 설현이한테 문자로 속닥속닥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전정국이 전화와서는, 김태형 전과할 거라던데 이러길래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싶어 바로 김태형한테 전화를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얘가 전화도 안 받아가지고!

 

 

"어제 일찍 잔다고 너한테 말했는데..."

 

"아, 맞다... 난 너 진짜 전과 준비한다고 전화 안 받는 줄 알았네. 그래서 진짜야?"

 

 

"아니야. 그냥 나쁘지 않겠다, 하면서 말했는데 걔가 오버해가지고. 나도 당황했네. 내가 전과한다는 말이 있길래."

 

"에? 아, 뭐야."

 

 

그래, 김태형이 날 버리고 혼자 전과할 리가 없지 했다. 아, 근데 오늘 동아리 첫 시간인데 오늘은 사실 활동이 없는 날인데 미리 어떻게 동아리가 운영되는지 지수 씨한테 설명을 듣기 위해서 동아리 방에 찾아가기로 했다. 음, 그래. 처음 가자마자 부원들의 눈길을 받고 싶진 않아. 지수 씨 고마워요. 

 

 

"대본은 기존에 있는 연극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걸 인용해서 연기해요. 그리고 한 작품 끝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서 저도 아직 몇 작품 밖에 연기를 못해봤거든요. 부원들끼리 잘 맞고 하는 그런 작품은 저번에 언니랑 오빠가 한 것 처럼 따로 연극 공연도 하고 그래요."

 

"아... 근데 저 진짜 연기 못하는데... 괜찮을까요?"

 

 

"에이, 언니 저번에 공연 때 하던 것처럼만 하면 아주 완벽해요! 완전 주인공 역할이더만."

 

 

처음부터 지수 씨의 무한한 칭찬을 들어서 어찌할 줄 모르겠지만 뭔가 자신감이 아주 쪼금, 진짜 쪼금 상승한 기분이다. 동아리 생활 걱정은 되지만, 연극 했던 대로 하다보면 잘될 것 같아서 걱정을 조금 놓기로 했다. 너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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