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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건드려

[김태형 빙의글] 건드려 10

건드려

 

 

 

 

 

 

 

 

 

 

 

 

"연극 끝나고 언니랑 오빠 얼마나 인기 많아졌는지 알아요? 다들 누구냐면서. 우리 과에 없는 거 알고 기자들처럼 물어대서 완전 혼났어요..."

 

"에? 정말요? 가뜩이나 인기 많은 김태형 더 많아지면 어떡하죠."

 

"걱정 마요. 제가 두 사람 사귄다고 다- 말했으니까."

 

 

네?! 지수 씨 뭐라고 한 거죠? 이게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김태형이 인기가 많아지면 나야 손해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문이 돌면... 그것도 딱히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나. 아니지, 그래도 전자보다는 후자가 낫지 않겠어...? ...될대로 되라지.

 

지수 씨와 학교 캠퍼스에서 평소와 다른 날없는 얘기들을 풀어나가고 있는데, 정말 지수 씨 말대로 인기 같지 않은 인기가 많아졌는 모양인지 평소와 똑같이 걷는데, 남들의 시선이 달라지긴 했다. 연극 하나 했다고 이렇게 달라진다고? 휴, 피곤하다... 지수 씨는 볼일 있다고 총총걸음으로 어느새 저 멀리 사라졌고, 혼자 캠퍼스를 걷는데 영 찝찝했다.

 

 

"어디 가는 길이에요? 아가씨."

 

"에? 아! 야!"

 

 

순간 소름끼치는 손길로 누가 어깨를 스르르, 만져오길래 나도 모르는 끝내주는 반사신경으로 몸을 흠칫- 떨며 그 사람에게서 떨어졌다. 뭔가 싶어서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몸을 옆으로 돌았는데 아는 얼굴이 나와서 바로 긴장을 풀어버렸다.

 

 

"너 완전 인기스타 다 됐더만. 김태형이랑 키스하니까 좋더냐?"

 

 

"뭐? 이 자식이, 너 놀릴려고 나한테 아는 척 하냐! 죽여버리기 전에 입 다물어라."

 

"어후, 김태형 앞에서는 이렇게 거친 말 하면 안돼. 걔 더 반하면 어떡해?"

 

"...말을 말자. 근데 너 연극 본 거야? 관객석 봤을 땐 안 보였는데."

 

"야, 내가 설마 관객석에서 봤겠어? 너 몰래 대기실 들어와서 봤지. 그 김태형 동생 분한테 네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하니까 얼마든지 있어도 된다면서 과자까지 챙겨주시던데. 천사인 줄. 생각해보니까 약간 내 스타일인 것 같아. 아, 혹시 나 반한 건가?"

 

 

"야, 그냥 넌 입 다물고 살아. 그게 제일 안 쳐맞는 방법일듯."

 

 

전정국 쟤는 어쩜 하는 말마다 때리고 싶게 만들지? 그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감히 우리 지수 씨를 넘보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언제 대기실까지 들어왔던 거지? 이제 연극 연습을 하지 않아도 돼서 시간이 아주 널널해진 기분이다. 아주 약-간 아쉽긴 하지만 아무렴 어때. 연극을 하고 달라진 게 있다면 학교를 돌아다닐 때면 자꾸 사람들이 날 쳐다본다는 거다. 이건 내가 공주병이 걸린 게 아니라 진짜다, 진짜. 주위 사람들도 그렇게 말을 할 정도니까.

 

 

"근데 네 남친은 어디갔어?"

 

"1교시 수업 갔잖아. 어우, 피곤해... 이놈에 과제는 언제까지 해야 될련지."

 

"그냥 너 전과해. 연극영화과로. 내가 솔직한 판단을 내려봤을 때 너 연극하는 거 잘 어울리는 듯. 내 옆에 박지민도 있었는데, 걔는 그냥 너한테 반했어. 거품 물고 쓰러지는 줄 알았네."

 

"박지민 걔는 좀 적당히 살 필요가 있어. 오히려 걔가 연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 하도 오버 리액션이 대단해서."

 

 

어느새 전정국과 같이 과 건물에 들어와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강의실에 와 앉아있는데, 뒤에서 우당탕탕- 하는 의자 뿌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옆에 무언가 무거운게 얹혀졌다. 보지 않아도 박지민인게 티가 나 떨어지라며 몸을 흔들어대니 내 옆자리에 앉는다. 

 

 

"우리 oo는 못하는 게 뭘까. 공부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넌 좀 작작하지? 야, 옆에 김태형 앉아야 돼. 둘 중에 한명 비켜."

 

"헐, 진짜 너 김태형이랑 사귀더니 쌀쌀맞아졌다."

 

"네가 비키면 되겠다."

 

 

억지로 박지민을 우리 뒷자리에 앉혔다. 1교시가 끝나고 어느새 김태형도 강의실에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처음에 궁시렁 궁시렁 거리던 박지민도 어느새 옆에 설현이랑 잘 놀고 있더라. 휴, 역시 어느 한명이 조용해져야 내 마음도 놓이는 구나. 

 

2시간 짜리 교양인데, 오늘 교수님께서 볼일이 있으시다고 1시간만 하고 일찍 수업이 끝났다. 미친, 너무 행복해! 진짜 교수님 평생 바쁘셨으면 좋겠다. 일찍 강의실에서 나와 공강 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까 고민하고 있는데, 또 시선들이 느껴졌다. 이게 기분이 좋지 만은 않았다. 물론 좋은 시선으로 날 봐주면 나야 좋지, 근데 뭔가 안좋은 시선들도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에 좋지 만은 않은 거다. 특히 김태연 무리가 볼 때면 항상 기분이 좆 같단 말이지.

 

 

"왜?"

 

"아, 아니야. 그냥. 아, 나 오늘 민윤기 만나러 가야 되는데... 깜빡하고 있었어."

 

 

"아, 그 같이 하기로 한 과제 때문에?"

 

"응, 끝나고 연락할게. 나 먼저 간다?"

 

 

김태연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민슈가와 한 약속이 떠올라 애들을 뒤로 하고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할 일 없는 이 인간 전화 하나는 빨리 받네. 받자마자 뭐, 하고 한대 치고 싶게 말하길래 그냥 끊으려다가 이게 다 사회 생활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며 화를 꾹 참고, 과제 하셔야죠^^ 라며 아주 친절하게 기억을 되짚어주었다. 

 

 

-"근데 과제 내용이 뭐였더라."

 

"아, 미친 놈이... 뭔 지도 모르고 나한테 같이 하자고 했냐? ...공지 좀 보고 올게."

 

 

오빠 말을 듣고 한참 비꼴려고 했는데 나도 기억이 안 나서 전화를 끊고 휴대폰으로 공지사항에 들어가 확인을 하는데, 엥? 뭐야. 교수님이 아주 문화생활을 즐기시는 멋진 분이라 과제 따위 아주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화 생활을 총 3가지 씩이나 즐기고 가장 문제인 감상문을 10장씩이나 써오라고 하신다. ...아니, 어떻게 감상문을 10장씩이나 씁니까... 똑같은 말을 다르게 몇 줄을 반복해야 할 지 미래의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이 아주 아른거렸다.

 

 

"아, 내가 너랑 황금 같은 주말에 오페라를 보러 오다니."

 

 

"주말 아니거든. 그리고 이 자리 엄청 비싼 건데, 후배한테 잘 받아낸 거니까 고맙게 생각해라? 아, 진짜 민윤기 없는 교양 심어주기 되게 힘드네."

 

"누가보면 너는 교양 있는 사람인 줄. 너도 나랑 똑같아."

 

 

그렇게 팩폭을 날리시면 곤란하지요. 과제 기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종강 전까지긴 하지만 민슈가와 오랫동안 과제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일찍 다 해치우자는 마음으로 그 다음 날, 지수 씨한테 간신히 부탁해서 얻어낸 티켓으로 오페라를 보러가기로 했다. 이 오빠한테 이 귀한 티켓을 쓰긴 너무 아깝긴 하지만... 어쩌겠어, 파트넌데...

 

왜 깊은 생각도 하지 않고 민윤기랑 같이 과제를 한다고 결정한 걸까... 이 교양 수업 김태형도 같이 듣는데, 조금만 더 천천히 결정했더라면 김태형이랑 파트너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박지민... 아니면 전정국...이라도.

 

 

"오빠, 김태연한테 나랑 사촌 지간이라는 것 좀 말해주면 안돼? 걔 나 김태형이랑 사귀면서 오빠랑 바람피는 줄 안다니까?"

 

 

"엥? 걔는 삼류 소설을 쓰고 앉아있네. 귀찮게 뭐하러 말해. 그런 애들 말 신경 안 쓰면 되지."

 

"아니, 나는 신경 안 쓸 수 있는데, 걔가 그런 소문을 퍼뜨리면 어떡해? 오빠는 나랑 바람피는 불륜남으로 찍히고 싶어? 어우, 애초에 그건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인데 말이야."

 

"하... 그건 좀 끔찍하긴 하네. 다음에 만나면 말하던지 할게."

 

 

순순히 내 부탁을 들어주다니 다행이군. 역시 사람은 협박을 들어야 해. 이제 김태연 일은 신경 안 써도 되겠다 싶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 아니, 오페라를 보는데 이건 오페라가 아니라 마치 그냥 한 사람의 인생을 바로 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이건 오페라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냥 예술 그 자체였다. 감상문을 10장은 족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수 씨한테 고맙다고 꼭 인사를 해야지 생각했다.

 

 

 

 

***

 

 

 

 

안녕, 난 설현이다. oo가 여기 없는 관계로 내가 잠시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김태형이랑 oo가 사귀고 나서 부터 과에서 oo의 소문이 딱히 좋지 않았었다. 왜 그러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그 소문의 원인은 김태연이었다. 하도 남자를 좋아해서 여기갔다 저기갔다 잘 하는 앤데 특히나 oo가 많이 질투났던 모양이다.

 

 

"야, 너 oo 친구지. 김태연 봤냐?"

 

"아, 김태연... 저기 있을 걸요? 근데 왜..."

 

 

"그냥 할 말이 있어서. 고마워."

 

 

음, 언제지. oo를 기다린다고 그냥 과 건물 안에서 앉아있는데 윤기 오빠가 나타나서는 나한테 말을 걸었다. oo가 없는 곳에서 이렇게 개인적으로 말하는 건 처음인데, 오늘도 이 오빠는 참 멋지다 생각하고 있는데 김태연을 찾는다니, 의외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했지만 오빠 일이니까 그냥 신경을 쓰지 말자 생각했다. 근데 내 눈앞에서 두 사람이 얘기를 하길래 나도 모르게 그 얘기를 들어버렸다.

 

 

"야, 너 내가 oo랑 바람피고 있다고 소문 내고 다닌다는데, 진짜냐?"

 

"네? 아... 아니, 선배 걔 우리 과 김태형이랑 사귄다고 하잖아요. 근데 선배랑 계속 같이 다니는 게 이해가 안돼서 그런 거예요!"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걔가 나랑 다니던, 김태형이랑 다니던. 네가 신경 쓸 게 전혀 아닌데."

 

"걔한테 두 사람이 당하는 걸 보기 싫어서 그래요... 아니, 선배. 저는 선배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그냥 신경 쓰지마. oo에 대해서. 그리고 한번만 더 oo 얘기 하고 다녀라. 진짜 학교 생활 못하게 만들어줄 거니까."

 

 

어쩌다보니 대화 내용을 이렇게 다 들어버렸는데... 이걸 oo한테 말해줘야 하나, 아니면 그냥 모른척 해야 하나... 내적갈등이 생겼지만 윤기 오빠 표정이 너무 진지해 보이기에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있기로 했다. 근데 이 오빠는 화를 내는데도 이렇게 멋진 일인가... 오히려 내가 윤기 오빠와 바람피고 싶은... 쿨럭... 여기에서 그만 나는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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