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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건드려

[김태형 빙의글] 건드려 05



"아무리 생각해도 쪽팔린다..."














건드려













김태형이랑 연극을 보러갔는데 얘가 호러 장르라고는 말 안했잖아. 내가 생긴 건 이렇게 생겨도 무서운 건 딱 잼병이다. 민윤기를 닮아서 그런가. 민윤기도 나를 닮아서(?) 무서운 건 딱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 둘이 공포 영화라도 보는 날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이건 진짜 200% 민윤기가 말해준 게 분명해... 그래도 차마 김태형이 미리 예매를 해놓은 거라 싫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나 무서운 거 되게 못 보는데,"


"아, 진짜? 미안... 너한테 미리 물어볼 걸 그랬나. 그럼 딴 거 볼래?"




"아니야! 괜찮아, 볼 수는 있을 걸... 아마도?"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렴 어때, 설마 울기야 하겠어? 이렇게 생각한 과거의 나에게 죽빵을 한대 날리고 싶었다. 연극이 시작하자마자 여주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는 장면부터 나왔는데 감수성이 풍부한 나는 그때부터 김태형 몰래 눈물을 줄줄 흘렸다. 우는 소리를 안 내서 다행이지, 누가보면 찌질이라고 말했을 거야... 그래, 난 찌질이야...



"괜찮아?"


"어... 아, 되게 재밌다. 하하..."


"너 초반에 되게 많이 울던데, 많이 슬펐어?"


"...어?"



어, 썅? 당연히 김태형은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내가 개찌질이 처럼 운 것을 아무래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당황해서 아무 말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씨발, 쪽팔려서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멍하니 손에 쥔 연극표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었을까, 김태형이 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싱긋- 웃더니 입을 열었다.



"너무 서럽게 울길래 아는 척 안 했는데, ...계속 안 할걸 그랬나, 너 또 눈가 빨개졌어."





***





"언니, 언니-. 어디 가세요?!"


"어...? 아, 수업 들으러 가요."



김태형 동생이랑 저번에 마주친 이후로 학교에서 볼 때마다 나한테 달려와서는 요정처럼 헤헤, 웃곤 했다. 아, 나도 저렇게 웃고 싶은데 나는 웃으면 저렇게 요정처럼 안되겠지? 그래, ooo 당연한 걸 묻고 그래... 아,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었는데 순간 쌍코피 터지는 줄 알았다.




"아, 전 김지수예요! 저 연극영화관데 언니랑 과 건물 되게 가까워요!"


"아, 그렇구나... 어쩐지 너무 예쁘네요, 부럽다."




"에이, 언니가 더 예쁘죠. 오빠가 항상 언니 예쁘다고 칭찬하던데?"


"오빠? 김태형이요?"


"네, 집에 오면 항상 언니 얘기 뿐이에요. 그래서 언니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오빠 말대로 너무 예뻐서 놀랐다니깐요. 그럼 언니 수업 잘 들어요! 저도 이만 가볼게요!"



김태형이 내 칭찬을 그렇게 했다고...? 기분이 되게 몽글몽글해졌다. 그나저나 지수 씨는 말도 되게 예쁘게 하네, 나도 꼭 저렇게 돼야지. (다짐!) 지수 씨 얘기를 듣자마자 또 엊그제 연극 보러 갔을 때 나의 만행(ㅋ)이 떠올라서 얼굴이 잔뜩 빨개져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지수 씨랑 김태형이 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어허, 선배님 보고 인사도 안 하냐?"




"아이고, 몰래뵈서 죄송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너 오늘은 김태형이랑 안 붙어있네?"


"오늘 같은 수업 없거든. 그리고 아는 척 좀 안 하면 안되냐? 오빠 얼굴 볼 때마다 속이 거북하네?"




"네 얼굴 보는 내 눈 배려 좀."



날이 지나면 지날 수록 민윤기의 아는 척이 더 심해졌다. 아, 우리 오빠 친구 없는 거 자꾸 티내네... 불쌍하니까 앞으로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해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며 서로에게 진심을 담아서 시비를 털고 있었을까. 저- 멀리 있는 계단에서 내려오는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저렇게 먼데 눈이 마주쳐...? 내가 봤음에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야?"



"너 마시라고... 오늘 수업 잘 들었어?"



오만가지 생각을 하느라 어느새 내 앞에까지 온 김태형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내 손에 닿이는 따뜻한 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김태형을 올려다보며 물으니, 마시라며 이제는 캔커피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김태형 뒤에 있던 민윤기는 혀를 내밀고 얼마나 약올리는 표정을 짓던지, 진짜 죽빵 한대를 날리고 싶었다.





***





"아, 쫌! 아까부터 칠래?"



안녕, 난 지민이다. 지금 oo가 제 정신이 아니라서 내가 잠시 진행하겠다. 갑자기 술이 땡긴다는 oo의 말을 듣고 얼른 그쪽으로 달려갔는데 이미 소주 한병을 혼자서 해치운지 오래였다. 거기에다가 뒤에 있는 화분이 바람에 날려서 지 머리를 건들고 있는 건데, 나보고 그만 좀 치라며 내 손을 찰싹, 때렸다. 아, 쟤는 절대 술 마시면 안될 듯, 예뻐서 봐준다.




"야, 너 계속 헛소리 하면 김태형 부른다?"


"부르던가, 난쟁아! 박지민 키도 작은 주제에, 계속 까부네!"



난쟁아? 지는 키 작은 나보다 더 작으면서 더 쪼만한게 까부네.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진짜 김태형 불러? 김태형 얘는 술 마신 ooo 보지도 않았는데, 이 모습 보고 정 안 떨어지면 그게 신기할 듯. 김태형 반응이 궁금하긴 해서 폰을 꺼내 헛소리를 해대는 ooo 동영상을 찍어 문자로 날려줬더니 바로 전화가 울렸다. 짜식, 반응 한번 빠르네.




"아까 데려다줬었는데, 언제 나왔데?"


"글쎄, 술 땡긴다면서 술 마신다면서 그러길래 와보니까 지 혼자 소주 한병을 다 마셨잖아."



거리가 좀 떨어져있는데도 이렇게나 빨리 달려온 김태형한테 리스펙트 날립니다. 어느새 oo를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고 멋있게 계산까지 다 하더니 술집 밖으로 나가는 김태형이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나는 뒤따라 술집 밖으로 나왔는데, 조심히 가라고 인사를 날리고 oo를 업은 상태로 잘도 걸어가고 있었다. 와, 짜식 제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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