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They are

[전정국 빙의글] They are 21

큥큥 뛰어다녀 2019. 7. 10. 18:12

They are

 

 

 

 

 

 

 

 

 

 

 

 

oo가 모든 것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당연히 주현을 만난 건 정국 본인이 잘못하고, 실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안 좋아질 줄은 몰랐다. 말은 먼저 시작을 했지만, oo의 마지막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정국아, 넌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쉬워?"

 

"..."

 

 

잘 불러주지도 않은 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예전에 실수로 부른 것 같이 귀여운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이름 한마디를 불러도 oo의 슬픈 마음이 다 느껴졌다. oo와 사귀면서 이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사실 정국이 그녀와의 관계를 쉽게 생각한 것도 있었다. oo가 여태동안 참은게 많은 건 사실이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정국은 더더욱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배주현이랑 같이 밥 먹고, 걔 때문에 휴대폰 고장나고, 그거 때문에 나한테 연락 못하고, 넌 그게 자랑이라고 나한테 말 하는 거야? 뭐가 그렇게 당당한데?"

 

 

"...미안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는데, 그것도 다 나 때문이라는 거 알고 있어. 너한테 더이상 할 말이 없어, 미안해서."

 

"정국아, 난 너 때문에 참은 게 너무 많아. 이때까지 솔직히 질투도 많이 나고, 짜증나는 것도 엄청 많았는데 너한테 솔직하게 말한 적 없었어. 다 네가 너무 완벽해보여서 내가 참아야 하는 건 줄 알았거든. 근데 계속 참다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은 거야. 내가 언제까지 네 상황을 다 봐주고 생각해야 하나 싶었어. 어쩔 수 없는 건 없어, 정국아."

 

 

수영과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 수영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 충분히 이정도 상황이 일어날 것 쯤은 예상을 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oo의 말이 다 맞고, 더 이상 변명할 말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명을 하려고 얘기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솔직하게 oo에게 다 말하자, 싶어서 시작한 말이었지만 상처 받은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

 

 

 

 

둘의 싸움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렇다고 oo가 정국에게 헤어지자고, 끝내자는 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서운함들을 모두 표현한 것일 뿐. 정국은 헤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내내 안도감을 느꼈다. oo에게 실망감과 서운함을 준 것은 평생 사과해야 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기적이게 oo와 헤어지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정국과 헤어지고 카페에서 나와 터덜 터덜 집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태형이었다. 사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태형의 전화도 받고 싶지 않았지만, 그냥 받아버렸다.

 

 

-"전정국 만났어?"

 

"응, 만나서 혼냈어, 완전. 너 다 알고 있었지? 왜 진작 말 안했냐. 귀띔도 안 주고, 김태형."

 

-"아, 내가 뭐라 말할 처지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말하는 게 제일 좋겠다 싶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헤어지자고 차마 말을 못하겠어서 그냥 끝냈어. 전정국 얼굴 보니까 헤어지자는 말도 안 나오더라. 그렇게 나 서운하게 만들었으면서. 나도 되게 바보 같아."

 

-"나는 네가 전정국이랑 헤어지던 말던 상관은 없는데, 네가 후회는 안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지은이랑 배주현 걔네 둘 일도 전정국이 알아서 잘 할거야, 이젠."

 

 

태형이 생각보다 저를 많이 생각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괜스레 차가웠던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조금은 정국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다짐했다. 너무 화만 낸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넘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더 이상 참는 것으로 상황을 그저 모면하는 일은 없었으면 했으니까.

 

 

-"나 박수영이랑 같이 있는데, 너도 올래?"

 

"술 마셔?"

 

-"야, 넌 술 좀 그만 마셔. 카페니까 와. 수영이가 너 보고 싶데."

 

 

솔직히 술이 땡기는 건 사실이었다. 술을 마시면 취해버리니까 이 답답한 생각들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국의 말에 알겠다 대답하고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엥? 술 안 마신다면서. 근데 얜 왜 취했어?"

 

"아, 사실 여기 있기 전에 술 한잔 했는데 얘가 전정국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너무 많이 마셔버려가지고."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몸을 설렁설렁 흔들고 있는 수영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자마자 빼박 술을 마셨다고 판단을 하고 저를 껴앉는 수영에게 술 냄새가 너무 진동하길래 품에서 벗어났다. 수영은 다시 oo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더니, 전정국은 왜 안와! 죽여버릴려고 했는데, 라며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그 행동을 보고 oo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나도 같이 죽일래 라며 수영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근데 너 이지은 왜 싫어하는 거야? 저번에도 물어봤는데 그냥 얼버무리기만 하고."

 

 

"그냥... 딱히 별 이유 없어. 전정국이 걔 좋아하는데 태도가 너무 거지 같더라고. 그냥 자기를 좋아하는 게 당연한 줄 알고, 뭐 시키면 다 해줄 줄 알고, 초등학생이 그랬어.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때부터 난 걔 싫어했어."

 

 

이유를 간단히나마 듣긴 했는데, 정국이 그런 아이를 좋아한 게 oo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계속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휴... 전정국 걔가 문제야. 내가 진짜 얘기 듣고 얼마나 충격 먹었는데, 우리 oo 생각나가지고... 진짜 한대 팰려다가 말았어. 걔 진짜 그러는 거 아니야!"

 

"응응, 그래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어느새 oo의 어깨에 기대있던 수영이 벌떡 몸을 일으켜 정국의 뒷담화(?)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oo는 저를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해주는 수영에게 너무 고마웠다. 물론 정국의 뒷담을 하는 건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친구들이랑 있으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 했다.

 

 

 

 

***

 

 

 

 

대학생은 한 학기가 참 짧다, 고등학생과는 달리. 중간고사를 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왜 벌써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바쁘게 학교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을 듣고 드디어 공강 시간이 생겨서 과 건물 카페에 뻗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데 책 위에 얌전히 올려둔 그녀의 휴대폰에, '배주현' 하고 석자가 떡하니 떠서 진동을 울리고 있었다.

 

 

"...야, 나 이 전화 받아?"

 

"엥? 뭐야, 얘는. 야, 받지마. 전화 받으면 헛소리 한다. 이런 애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야."

 

 

수영의 말을 듣고 알겠다며 그냥 휴대폰을 뒤로 뒤집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후 또 진동이 울리기에 누군지 확인하니 태형이었다. 전화를 받으니 오늘 용돈을 받았다며 거하게 한잔을 하자고 하길래 옆에 있던 수영이 먼저 좋다고 가자! 하고 소리치길래 어쩔 수 없이 oo도 강제 참여를 하게 되었다. 어쩜 시험기간은 다 필요 없는 건가... 하하하.

 

정국에게 술자리에 간다고 얘기를 해야겠지, 싶어 전화를 하려다가 아직 그와 어색하다는 게 떠올라 그냥 문자 하나를 남겨두기로 했다. 수영과 태형과 함께 술 마시고 들어간다는 문자를 보내고 그냥 휴대폰을 가방 안에 넣어놨다. 아무 연락도 보기 싫다는 뜻이었다. 오늘은 정국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 김태형이 사주는 술이라 그런지 더 끝내주네-."

 

"야, 너무 많이 나오면 곤란하다."

 

"짠 칠 사람-!"

 

 

이미 oo와 수영은 신나서 떡실신이 된지 오래였다. 옆에 있던 태형은 괜히 이들을 불렀나 싶어 술자리에 온지 30분 만에 바로 후회를 했다. oo가 정국과 사이가 안좋은 바람에 정국을 불러내기도 좀 그랬다. 혼자 어떻게 이 둘을 상대하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오다가 창 밖에 지나가는 정국과 지민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태형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 둘도 놀랐는지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태형과 옆에 떡실신이 된 둘을 바라보았다.

 

 

"그냥 오늘 용돈 받아서 얘네한테 쏜다고 했는데, 이러고 있잖아. ooo는 계속 짠 칠 사람? 이라면서 박수영이랑 짠 치면서 들이키고. 박수영은 내가 사준대니까 좋다고 계속 마셔대고. ...너한테 전화할지 말지 엄청 고민했다. 알아서 찾아와주니까 되게 고맙네."

 

"아, 그랬어? oo 술 마신다고 연락은 왔었는데... 이렇게 많이 마신 줄은 몰랐네."

 

 

정국은 oo의 옆에 앉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괜찮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신은 이미 다른 세상으로 사라진 건지, 정국의 물음에도 oo는 대답하지 않고 흐물흐물 거리는 몸을 가누느라 바빴다. 

 

 

"어어, 전정국? 네가 왜 여기있어? 난 너 부르지도 않았는데..."

 

 

잠시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oo는 눈을 뜨고 정국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정국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는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버리는 oo의 행동에, 수영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잔뜩 당황해버려 뭐라 말리지도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oo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