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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빙의글] Lo-fi (로파이) 08 完

큥큥 뛰어다녀 2019. 10. 22. 11:26

Lo-fi

#. 저음질을 나타내는 음향 용어

 

 

 

 

 

 

 

 

 

 

 

 

참 이상했다. 이건 분명 좋아하는 감정이 맞는데, 이 감정을 왜 다른 이도 아닌 정국에게 느끼고 있는지 oo는 알 겨를이 없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국이 얼굴 정도면 엄청 잘 생긴 거 잖아!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게 당연한(?) 걸 수도 있어! 라며 자신과 타협을 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 정국아. 쌤 너희 학교 앞 지나간다 ㅎㅎ ]

 

 

평소처럼(?) oo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 받고 있던 정국은 그녀의 문자를 보자마자 머리를 한대 띵- 맞은 것 같으면서도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우치고는 축구를 하다 말고 운동장을 빠져나와 교문 쪽으로 뛰어갔다. 운동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그의 행동에 같이 축구를 하던 친구들은, 야 전정국! 하고 그의 이름을 계속 불러댔다.

 

 

"쌤!"

 

"어? 정국아, 너 뭐야?"

 

"하아.. 저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하, 있었어요."

 

"아, 진짜? 축구하는데 문자를 본 거야? 너도 대단하네..."

 

 

당연히 축구할 생각이 없었던 정국은 oo에게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니 휴대폰을 꼭 붙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축구를 하자며 끌고 와서는 포지션을 넘겨주는 친구들 덕에 휴대폰을 어디 던져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모든게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어쩔 수 없이 슬쩍 슬쩍 휴대폰을 보면서 경기를 진행하였고, 끝내 저의 학교 앞을 지나가고 있다는 oo의 문자에 생각 없이 후다닥 교문 쪽으로 왔던 거다.

 

 

"이렇게 네가 나올 줄은 몰랐다, 헤헤. 기분 좋은데?"

 

 

"보고 싶어서요... 쌤, 이거."

 

 

정국은 달라진 게 있었다. 어젯밤 (머리끈 사건) 이후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더 당당하게 표현을 하기로 했다. oo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지도 않으니까. 정국은 바지에 대충 구겨 넣어놓은 하리보 젤리 봉지를 꺼내 oo에게 내밀었다. 평소에 젤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나 줄려고 했었어?"

 

 

"친구한테 받았는데, 전 젤리 안 먹어서... 원래 오늘 수업 때 줄려고 했었어요."

 

"고마워, 잘 먹을게. 정국아, 이제 학교 들어가봐. 친구들이 너 찾겠다."

 

 

정국은 잠깐이지만 oo를 봐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oo에게 조심히 가라며 인사를 하고 다시 운동장 쪽으로 돌아왔는데, 친구들에게 얼마나 얻어맞은지 모르겠다.

 

한편 oo는 아까 전부터, 보고 싶어서요 하고 활짝 웃는 정국이 자꾸만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자꾸만 이렇게 돌발 행동(?)을 해버리는 정국 덕에 oo는 미칠 것 같았다. 이미 그를 좋아한다고 확정을 내버린 oo는 최대한 이 감정을 감추려고 하는데, 정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오면 그 억제는 할 수가 없어진다.

 

 

 

 

***

 

 

 

 

수업이 끝나고 또 정국은 oo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데, 오늘따라 그녀는 참 조용했다. oo는 정국과 말이라도 해버리면 자신의 마음이 티라도 날까봐 무서워서 일부러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정국은 하루 아침에 달라져버린 oo의 행동 덕분에, 혹시 자신이 싫은 건가 싶어 무서워지고 있었다.

 

 

"쌤, 저 3학년 반배정 나왔어요."

 

"그래?"

 

 

"호석이랑 또 같은 반 된 거 있죠. 걔랑 이제 3년 내내 같은 반이에요."

 

"잘 됐다."

 

 

이런 식으로 정국이 무슨 말을 하면 전부 단답이였다. oo는 일부러라도 말을 절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국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 가득차 있었다. oo와 이런 어색한 사이로 남고 싶지 않던 정국은 지금 당장 이 관계를 해결하고 싶어져, oo의 손목을 붙잡고 그녀를 세웠다. 당연히 긴장을 잔뜩 하고 있던 oo는 그의 행동 덕에 오버한 것 처럼 크게 놀라버렸다.

 

 

"아, 미안해요... 많이 놀랐어요?"

 

"어? 아... 아니, 괜찮아. 근데 왜?"

 

 

"...내가 혹시 잘못한 거 있어요?"

 

"어?"

 

 

oo는 당황했다. 당연히 정국에게 티가 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정국 본인이 잘못해서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다. 어떻게 보면 정국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할 지도 모르겠지만. oo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서야 사태 파악이 된 그녀는, 아니라고 손사레질을 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미안해... 티가 날까봐 말을 일부러 안 하고 있었어."

 

"뭐가 티나요?"

 

"어?"

 

 

아무 생각없이 솔직한 마음을 주르르 내뱉어버려서 또 다시 당황한 oo였다. 이 상황 자체가 얼마나 부끄럽던지, oo는 어제처럼 볼이 홍당무 처럼 빨개져서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버벅 거렸다. 그녀의 반응에, 정국은 조금 상황파악을 한 모양인지, 부끄러워요? 하고 먼저 질문을 했다.

 

 

"저 쌤 좋아해요."

 

"응... 나도 좋아ㅎ, 어?"

 

 

이젠 정말 하고 싶은 데로 하자, 싶어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고백을 한 정국이였다. 자연스러운 그의 행동에, oo 또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녀의 마음을 주르르 내뱉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oo는 고개를 위로 확 들며, 어? 하고 귀여운 반응을 보였다. 정국은 나 좋아해요? 라며 활짝 웃으며 oo에게 들이댔고, 그녀는 부끄러운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고마워요..."

 

"뭐가...?"

 

"그냥 다."

 

 

정국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고마워요, 하고 속마음을 또 다시 고백했다. oo는 저를 안아오는 정국의 품이 따뜻해 조금 더 파고 들었다. 

 

 

 

 

 

 

 

 

 

 

 

 

 

 

 

 

 

 

#. 정국이는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고, oo는 왜 좋아하는지 모르는...

약간 노린 거예용. 둘 다 너무 귀엽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