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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빙의글] Lo-fi (로파이) 04

큥큥 뛰어다녀 2019. 10. 18. 16:07

Lo-fi

#. 저음질을 뜻하는 음향용어

 

 

 

 

 

 

 

 

 

 

 

 

oo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단번에 알아낸 정국은, 왜요? 하고 물었고 그녀는 아니라며 그냥 웃고 상황을 모면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절대 나오지 않기로 다짐했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고, 딴 생각을 하지 말자고 주문을 걸어놓으니 마음이 조금 편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정국아, 그래서 ing 랑 ed 중에서 뭐가 와야 하지?"

 

"..."

 

"정국아?"

 

"네?"

 

"쌤 말 듣고 있어?"

 

 

"아, 죄송해요...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실래요?"

 

 

원래 정국은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참 좋았다. 그래서 oo 또한 정국이 잘 따라와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정국이 조금 이상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건가, 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oo는 다시 한 번 물어봐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정국은 oo의 얼굴의 옆에 있느라 영어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정국아. 혹시 친구 수업 끝났는지 봐줄 수 있어?"

 

"아, 잠깐만요."

 

 

정국이 방 밖으로 나가자 마자 한숨을 쉬었다. 편한 오빠 동생 사이라니, 이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한 두달 짧게 만난 사이도 아니고, 2년을 가까이 사귀었는데 갑자기 오빠 동생 사이로 돌아간다는 건 oo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였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게 낫지. 방으로 들어오며, 끝났어요 하는 정국의 말이 끝나자 마자 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쌤 저도 이제 집 갈 건데, 같이 가요."

 

"아, 그래? 알겠어. 같이 가자."

 

 

"근데 쌤 감기 기운 있는 건 괜찮아요?"

 

"음, 글쎄... 열 없는 거 보면 괜찮은 거 아닌가?"

 

 

아픈 걸 별로 문제 삼지 않는 oo는 별 걸 신경 쓴다며 정국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큰 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밤 마다 머리도 아프고, 아침 마다 목도 아프고 하는 건 사실이였다. 그냥 보통 감기이겠거니 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나오니 정국의 친구인 호석이 보인다. 호석이 먼저 허리를 약간 숙이며, 안녕하세요 쌤! 얘기 많이 들었어요, 라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안녕-. 수업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다. 내가 같이 못 해줘서 미안해, 호석아."

 

"아니에요. 쌤 힘드시면 안 되죠-."

 

 

정국의 친구라 그런지 성격이 참 좋은 것 같았다. 호석에게 인사를 하고 정국과 함께 집 밖으로 나오니 찬 바람이 oo를 괴롭혔다. 정국은 찬 바람에 몸을 움츠리는 oo를 보더니,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머릿 속에서 oo가 춥지 않을 방법들을 생각하며 두뇌를 풀가동 했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시무룩한 표정을 짓다가도,

 

 

"정국이 옆에 붙어서 걸어야겠다."

 

 

라며 그의 옆에 딱 붙어서는 팔짱을 끼고 함께 걷는데, 정국의 심장은 지금 당장 터지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로 빨리 뛰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oo는 찬 바람이 불 때마다 그에게 더 딱 달라붙은 채로 걸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어느 커플과 다르지 않았다.

 

 

"쌤 내일 병원 가요. 또 얼굴 빨개요."

 

"추워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에요."

 

 

어느새 oo의 집 앞까지 다 왔다. 아쉬운 마음은 접어두고, 정국은 단호하게 내일은 병원에 가라며 oo에게 명령 아닌 명령을 했고. oo는 추워서 그런 거 아니냐며 그의 눈을 살짝이 피하며 말했다. 가만히 있던 정국은 아니라며 oo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며, 거 봐 볼 뜨겁잖아 라며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정국의 손은 참 따뜻해서, 네 손이 차가워서 그래 하는 핑계도 대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듣자마자 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지는 듯 했다.

 

 

"이제 더 빨개졌어요. 더 심해지겠다. 얼른 들어가요."

 

"으응, 너도 얼른 집에 가. 집 가자 마자 씻고! 감기 걸리면 안 돼!"

 

 

엄마처럼 집 가자 마자 씻어라, 감기 걸리면 안 된다, 하고 참새처럼 말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제는 본인의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한 정국이라 귀엽다, 예쁘다는 생각을 oo를 볼 때마다 100만번은 하는 듯 했다. 그리고 oo는 정국이 저의 볼을 만진 이후로 볼이 더 화끈해진 이유를 알 겨를이 없어,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며 차디 찬 두 손으로 볼을 찹찹- 하고 때렸다.

 

 

 

 

***

 

 

 

 

[ 병원 갔어요? ]

 

 

하품을 하며 지루한 오전 수업을 듣고 있는 중, 갑자기 휴대폰 화면이 밝아져 지금은 올 연락이 없는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한 oo가 수신자 정국을 확인하자 마자 피식- 하고 웃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옆에서 보던 수지는, 누구야-? 라며 문자를 슬쩍 엿봤고. '정국이' 라는 호칭을 보자 마자 호들갑을 얼마나 떨던지-.

 

 

"거 봐, 내가 그 민읍읍 보다 그 애기가 더 나을 거라고 했지? 얘 좀 봐라, 벌써 즐기고 있네?"

 

"민읍읍은 뭐야?"

 

 

"흠... 여기 우리 과 사람들이 많잖아. 그래서 닉네임을 쓰는 거지. 아니, 근데 너 얼굴 빨개."

 

"그래? 아, 근데 오늘 아침부터 감기가 좀 심해진 것 같긴 해."

 

"야, 그러면 얼른 병원 가야지. 애기 말 들어."

 

"아니, 그리고 그 애기는 도대체 뭐야?"

 

"그것도 닉네임이지-."

 

 

민읍읍, 애기...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나저나 정국의 말도 그렇고, 수지의 말도 그렇고, 본인이 느끼기에도 그렇고, 이제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오전 수업이 끝나고 공강 때 바로 학교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후다닥 뛰어간 oo였다. 초기가 아니여서 빨리 안 나으면 어쩌지, 하는 그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가장 큰 걱정은 당연히 정국 때문. 수험생에게 감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적이기 때문에 oo는 하루 빨리 감기에서 벗어나야 했다.

 

 

[ 수업 끝나고 이제 병원 왔어. 잘했지? ]

 

 

정국은 oo의 문자가 오자마자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밑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나 입이 찢어지도록 웃던지. 옆, 옆 자리에 앉아있는 호석이 고개를 저었다. 쟤도 팔불출이야.

 

 

[ 잘했어요. 약 받으면 꼬박꼬박 잘 챙겨먹어요. ]

 

[ 넵. 근데 정국이 수업 중 아니야? ]

 

[ 아, 맞아요. 근데 쌤 문자가 더 중요하죠. ]

 

[ 얘도 참~ ]

 

 

"...!"

 

 

oo와의 문자를 이어가고 있다가, 문득 이 연락이 끊기질 않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자신을 깨우치자 마자 놀란 정국은 휴대폰을 그대로 놓칠 뻔 했다.

 

 

 

 

 

 

 

 

 

 

 

 

 

 

 

 

 

 

 

 

 

 

# tip

oo와 수지는 계절학기 중이에요. 윤기는 계절학기는 아니지만, 그냥 우연히 학교에 들린 케이스. 2월에 계절학기를 할 리는 없겠지만... 

멍청한 저는 왜 발렌타인 데이라고 해놓고서는 대학생을 학교로 보내버렸을까요...? 알 수 없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