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They are

[전정국 빙의글] They are -Epilogue #1-

큥큥 뛰어다녀 2019. 9. 19. 10:36

They are

 

 

 

 

 

 

 

 

 

 

 

 

"나 원래 이지은 좋아했었어."

 

"...뭔 개소리야, 태형아?"

 

 

"그래, 개소리긴 하지. ...뭐, 그 덕분에 전정국이랑 친해진 거지만."

 

"와, 너희 그러면 삼각관계였어?"

 

"아니. 이지은은 아무한테도 관심 없었고, 아 그나마 관심을 줬으면 전정국일까? 아무튼 나는 관심 밖이었어. 이지은이랑 전정국이 친해보이길래, 이지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을까 싶어서 전정국한테 다가갔던 거였지. 근데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이지은은 알아줄 생각도 안 하고, 어린 나이에 너무 상처를 받았었지. 물론 이지은이 잘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걔는 내가 관심 없어서 관심을 안 준 것 뿐일테니까."

 

 

12월 29일. 내일이면 태형이 생일인데, 얘는 왜 내일 군대를 간다고 설치는 거지? 수영이는 박지민 군대 보낸지 얼마 안돼서 김태형 까지는 못 보내겠다고 얼마나 울분을 토하던지... 솔직히 나도 김태형이 가는 건 결사반대(?)였다. 하지만 어쩌겠어... 가긴 가야 하는 건데, 뭐. 

 

그래서 군대가기 전 날인 오늘 셋이서 오랜만에 뭉쳤는데, 수영이는 이미 떡이 된 지 오래였다. 테이블과 물아일체 한 지 1시간이 지났으니까. 그러다가 갑자기 김태형이 나한테 재밌는 얘기를 해주겠다며 꼬셔댔는데, 이건 재밌는 얘기를 넘어섰잖아? 이렇게 개쩌는 얘기를 안 해주고 있었다니... 아, 물론 해주든 안 해주든 김태형 자유긴 하지만... 

 

 

"야... 그래도 괜찮아. 세상에 여자가 걔 하나 뿐인 것도 아니고... 안 그래?"

 

 

"너 아직 내가 걔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아... 아니지. 하하. 우리 태형이가 너무 아깝다-. 야, 너 잘했어. 만약에 너랑 걔랑 잘 됐어봐, 으이구. 나처럼 좋은 여자 못 만나."

 

"??? 너 언제부터 나랑 사귀고 있었어?"

 

"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누나 말에 토 그만 달고, 짠 하자!"

 

 

김태형 얘기를 듣고 나니, 왜 이지은을 처음 만났던 그때 김태형의 눈빛이 그렇게나 차가웠는지 알 것 같았다. 진작 얘기 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별로 안 친한 과 동기가 갑자기 알바 대타로 가줄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당연히 싫다고 거절을 해야 하는데, 알바하는 곳이 카페인데 점심 시간 쯤 마다 그렇게 맛있는 케이크를 준다고 하는데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좋다(?)고 해버리고는 동기가 말해준 카페로 왔다. 근데,

 

 

"..."

 

"...어, 안녕?"

 

 

카페에 도착하니, 존나 예쁜데 새침하게 나를 바라보는 이지은이 있었다. 아, 이렇게 보니 김태형과 정국이가 동시에 좋아할 만한 얼굴이다. 아씨, 존나 부럽네... 하, 정국이랑 김태형 보고 싶어진다. 너무 어색해서 내가 먼저 어색하게 인사를 꺼냈는데, 표정이 없는 상태로 안녕, 하고 똑같이 인사를 해준다. 근데 나 얘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알바 대타 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게 너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

 

"아... 그래? 나도 갑자기 부탁 받아서..."

 

"정국이랑은 잘 사귀고 있어?"

 

 

아니, 쟨 뭐야? 만나자 마자 정국이 얘기라니. 심지어 호칭도 '정국이랑은' 뭐? 정국이? 아무리 나보다 오래 알았다고 해도, 여자친구 앞에서 남자친구의 이름 '만'을 부르다니, 이건 절대 예의가 아니다. 마음에 안 들어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이런 얘기는 무시하는 게 나한테 득일 것 같아서.

 

 

"대답 없는 거 보니까 좋은 건 아닌가봐?"

 

"어서오세요."

 

 

이지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딸랑-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손님이 오셨다. 타이밍이 아주 죽이네 싶어서 주문을 받으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미친!!! 수영이다. 수영이한테 알바 대타를 한다고 아침에 연락을 하긴 했지만 어디서 한다고는 말을 못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너무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활짝 웃다가 이지은의 눈치를 보고는 말았다.

 

 

"와우... 너 여기서 알바하는 거였어? 야, 석진 선배 심부름 개 오져. 지금 당 떨어진다고 초코 꼭 먹어야 된다고... 휴, 그렇게 먹고 싶으면 혼자 갔다올 것이지."

 

"에... 석진 선배 웬만하면 그런 거 잘 안 시키지 않나."

 

 

"음, 근데 어제 교수님이랑 같이 밤 새서 뭐 준비하는 것 같긴 하더라. 불쌍해보이기도 하고, 내꺼도 사먹으라고 하시길래. 헤헤-."

 

 

뭐야, 결정적인 이유는 그거였네^^ 수영이와 간단(?)하게 인사겸 얘기를 나누고 음료를 만들어서 수영이에게 전해주고 또 다시 인사를 했다. 수영이가 가고 나니까 얼마나 허전하던지... 수영이와 알바하는 거면 아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데 수영이가 가고난 이후로 이지은의 눈빛이 달라졌다. 좀 선해졌다고 해야 하나? 쟤 왜 저러지... 아까 나 째려보던 눈빛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너 간호학과라고 했지?"

 

"응, 왜?"

 

"아... 그 석진 선배, 너희 과 학회장 맞지?"

 

"맞아. 근데 너 나랑 다른 학교인데, 우리 과 학회장 선배를 알아?"

 

 

"내가 좋아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