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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3

[민윤기 조각글] 취기 오른 밤




취기 오른 밤













"여보세요."


-"민 팀장님, 저 곧 집 앞에 도착해요... 지민 씨가 팀장님께 전화 드리라고 하셔서..."


"택시 탔어요?"


-"아니요, 차 가지고 와서 대리 불렀어요. 아, 저 이제 계산해야돼서 끊을게요."



연말이 다와가는 기념으로 인사부 전체 회식을 하기로 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던 윤기는 직원들에게 카드를 대신 넘겨주고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직원들은 더 좋아할 지도 모르겠지만. 한편 회식에 참여한 oo는 술을 얼마 마시지 않았다. 원래 술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있었고, 오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마시기 싫어 상태는 아주 멀쩡했다. 하지만 집 앞에 차를 주차하고 아파트로 들어가려 하는데 멀리서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을 보니 이상하게 없던 취기가 도는 것 같았다.



"...어, 여기 계셨어요?"


"오늘은 별로 안 마셨나보네요. 얼굴이 별로 안 빨개."


"몸 안 좋다고 하셨으면서, 집에 계시지."


"삐졌어요? 회식 같이 안 가서."


"...아니에요."



서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대화를 했지만, 늦은 밤이라서 그런지 서로의 목소리는 가까이 있는 것처럼 아주 잘 들렸다. 가만히 바닥을 보며 서있던 oo는 조금씩 다가오는 윤기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가까이 있는 그를 보자마자 놀라 뒤로 움찔 해버렸다. 



"어, 다시 얼굴 빨개졌다."


"...저 집에 들어갈게요."


"이렇게 집 앞까지 왔잖아요, 나 안 볼 거예요?"



회식 때까지는 분명 화가 나있거나, 삐져있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이상하게 집 앞에 있는 윤기를 보자마자 안 좋은 마음이 마법처럼 다 사라져 있었다. 이렇게 쉽게 풀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일부러 표정도 굳게 있었는데, 다정하게 저와 눈을 맞추려 하는 윤기의 행동 덕에 굳어 있을 수가 없었다. 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 oo를 보고 싱긋- 웃더니,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oo를 조금은 세게 안아버렸다. 




"아침부터 머리가 너무 아팠었는데, 이렇게 oo 씨 보니까 하나도 안 아프네."


"거짓말. 나 보니까 안 아픈게 말이 돼요?"


"진짠데, 어떻게 하면 믿을래요?"


"뽀뽀해줘요."



평소에는 이런 낯간지러운, 특히 스킨쉽에 대해서는 잼병인 oo였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많이 취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윤기 앞에서는 조금 더 취한척 하고 싶었다. 술 핑계를 대고 뽀뽀를 해달라고 말한 것이었다. 적극적인 oo의 말을 듣자마자 윤기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도,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더니 oo의 볼을 조금은 세게 두 손으로 잡았다. 덕분에 볼살이 몰려 oo는 고개를 도리도리질 쳤다.




"누가 이런 말 하래요. 뽀뽀해달라고 하면 난 뽀뽀로 안 끝낼 건데."


"..."


"oo 씨가 한 말이니까 지켜요."



볼에 있던 두 손에 힘을 조금 풀더니, 이번에는 부드럽게 볼을 감싸고 입을 맞춰왔다. 처음에는 가볍게 입맞춤으로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을 떼더니 oo와 눈을 다시 한번 맞추고 다음은 깊게 입을 맞췄다.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서 그런지, 깊게 맞춰오는 윤기의 입술이 너무나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옆에 가만히 있던 oo의 두 손은 어느새 윤기의 등을 감싸안고 있었다.


조금 오랫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다가, 더 끌면 영원히 못 끝낼 것 같아 먼저 입술을 떼버린 윤기였다. 윤기와 깊은 키스를 나누고 나니, 취기가 다 가시는 것 같아 oo는 이제서야 자신이 했던 말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얼굴이 홍당무 처럼 붉어져 곧 터질 것 같았다. 윤기는 그런 oo를 보자마자 귀엽다는 듯, 다시 볼을 감싸고는, 부끄러워요?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 보지마요."



oo는 저를 계속해서 내려다보는 윤기의 시선에 부끄럽다는 듯 그의 품 안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윤기의 품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식히려는데, 당연히 식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끄럽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럼 나 이제 믿어주는 거예요? 뽀뽀 했잖아."


"...믿어요. 아프지마요. 이게 다 팀장님이 아파서 그런거잖아."


"안 아플게요. 추운데 얼른 집에 들어가요, 나 oo 씨랑 더 있으면 집 못 보내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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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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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Birthday My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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