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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너로 인해

[민윤기 빙의글] 너로 인해 04

너로 인해

 

 

 

 

 

 

 

 

 

 

 

 

"하... 어쩌다가 이 지경이 돼버렸지."

 

 

oo는 한숨을 잔뜩 쉬었다. 고3이 되어서 갑자기 학원을 다니게 되다니,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고3이 되면 학원을 다니기 보다는 전부 자기주도적으로 자습을 하기 마련인데, 어제의 일이 화근이었다. 며칠 동안 지민이 저의 집에 놀러와 있는 상태인데, 자꾸만 자신이 알바하는 학원에 공짜로 다니게 해주겠다고 oo의 엄마께 유혹의 말을 던져대는 바람에 oo의 의지는 전혀 없는 채로 학원에 가야만 했다. 

 

 

"학원?"

 

 

"헐, 그럼 너 야자도 못 하겠네?"

 

 

oo네 고등학교는 야자가 자율적이라 윤기가 야자를 하면 oo도 하고, 그가 하지 않으면 그녀도 하지 않는 그런 상태였다. 하지만 oo가 학원을 다니게 되면 그 마저도 하지 못하고 아예 선택권이 없어진다. 옆에서 아침 밥으로 샌드위치를 먹는 혜리가 마치 oo가 된 마냥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쳐버려 혜리는 일단 가보겠다며 반 밖으로 나갔다. 

 

 

 

 

***

 

 

 

 

"너 어디가?"

 

"어?!"

 

 

"왜 이렇게 놀래? 어디 가냐고."

 

 

오늘부터 학원에 가야 해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9교시 보충이 끝나자 마자 가방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오는데,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윤기가, 너 어디가? 라며 그녀의 뒷통수에 대고 물어오기에 깜짝 놀란 oo는 뒤로 훽- 돌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식은 땀이 나는 기분이지...

 

 

"아... 나 학원 가."

 

"학원? 너 원래 학원 다녔었던가."

 

"아니, 안 다녔지... 근데 어쩌다보니 오늘부터 다니게 됐어."

 

 

"그럼 나도 야자 안 해야지."

 

 

그럼 나도 야자 안 해야지? oo는 윤기의 말 한마디의 의미를 쉽게 알아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데 김칫국을 마셔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야자를 안 하니, 윤기도 따라서 하지 않겠다는 그런 의미로 들렸다. 하지만 당연히 그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 oo는 쓸데 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며 고개를 좌우로 세게 저었다. 물론 윤기는 그녀의 행동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기다려, 같이 가자."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oo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확실했다.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자기 반으로 걸어가는 윤기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oo였다. 당연히 그는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이겠지만, 그를 좋아하는 oo로서 그 말들을 오해할 수 밖에 없었다. 자꾸 김칫국을 마시는 저의 머리를 세게 내리쳐버리고 싶었다. 괜한 오해를 해서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이 쪽으로 가면 돼."

 

"심심한데 데려다줄게."

 

"어?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알거든. 그냥 데려다주겠다고."

 

 

그냥 자신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서 이런 행동들을 하는 걸까, oo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윤기의 마음을 확실하게 맞출지 너무도 궁금했다. 결국 oo의 학원 앞까지 데려다 준 윤기는, 열심히 공부해라 라는 말을 내뱉고 먼저 등을 돌리고서 걸어갔다. 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이나 뒷모습을 바라보던 oo는 그가 없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학원 안으로 들어왔다.

 

 

"...아, 학원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데."

 

 

윤기가 없어지고 나니 현실이 눈에 보였다. 생각해보니 사촌 오빠인 지민은 oo가 배울 수학 과목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였다. 심지어 시간표도 전혀 다르게 낮에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에 가는 oo와는 전혀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물론 학원에서까지 지민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안녕, oo야."

 

 

조용한 학원에서 갑자기 저의 이름이 들려오기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린 oo는 상대방을 한참 바라보았다. 누구지? 한참 바라봐도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혹시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한 건가 싶어도 이름을 너무 확실히 알고 있어서 이런 우연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는 말은 저 남학생은 oo를 알고 있다는 것인데 도저히 누군지 알 겨를이 없었다. 그런 진지한 표정을 보고서 작게 웃음이 터진 남학생은, 아아 미안 미안- 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지민이 형, 아니 지민 쌤이랑 같은 학교 다녀서 아는 사인데 쌤이 네 얘기를 많이 했거든. 그래서 나만 널 알고 있었는데, 미안해. 혼란을 줬네."

 

"아, 그렇구나..."

 

"난 전정국이라고 해. 쌤한테 들었어. 너 수학 수업 듣지?"

 

"응, 너는?"

 

"나는 수학이랑 국어. 다행이다. 나도 학원 다닌 지는 얼마 안 됐거든. 우리 같이 듣자."

 

 

학원에 오자마자 이렇게 쉽게 친구가 생길 줄이야. oo는 이런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국을 따라 교실에 들어간 oo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제 지민에게 받은 공짜 문제집을 꺼내 네임펜으로 표지에 이름을 크게 슥슥 적는 그녀의 행동을 빤히 바라보던 정국은, 예쁘다 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

 

 

"아, 글씨 예쁘다고."

 

 

당연히 목적어를 말하지 않아서 예쁘다는 말에 놀란 oo는 정국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고, 그는 미안하다며 말을 정정했다. 학원에 대해 주절주절 말하는 정국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수업시간이 다 되어서 어느새 선생님께서 오시고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듣던 버릇이 있던 oo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첫 시간부터 수업을 들었던 게 아니여서 그런지 이해가 안 되는 내용들이 몇 가지 있어서 끙끙 앓았다.

 

 

"안 풀리는 거 있어?"

 

"아, 21번 문제... 너 알아?"

 

"응, 설명해줄게."

 

 

빠르게 진행된 수업은 어느새 끝났고, 몇몇 학생들은 교실에 남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풀고 있었다. 물론 oo와 정국도 마찬가지로. 정국은 그녀가 가리킨 문제를 잠깐 보더니 풀 수 있겠다며 조금 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연습장에 대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멍하니 설명을 듣던 그녀는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시는 것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길래 저도 모르게, 이해 됐어 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을 벙진 채 바라보던 정국은, 다행이다 라며 그녀를 따라 활짝 웃었다.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네. 

 

 

 

 

 

 

 

 

 

 

 

 

 

 

윤기, 혜리, 승완 3학년 3반

oo, 호석 3학년 2반

*참고해주세요!